사실 FEZ 라는 게임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 했다. 가끔 들어가는 커뮤니티에서는 필 피쉬라는 인물에 대한 욕과 칭찬 뒤섞인 말들을 많이 해댔고 그냥 그런 인물이 있나보다하는 생각을 했을 뿐 그 인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가 나온다고 하는 indie game : the movie 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가 만든다는 게임의 그래픽은 흥미로워보였고 항상 그래왔듯이 FEZ가 세일하거나 번들로 풀리길 기대하고 있었고 마침내 그 날이 와서 사서 해보았을 뿐이다.

처음 FEZ를 플레이했을 때 느낀 충격은 상당했다. 와 인디게임에서 이 정도 발전을 할 수 있다니, 처음 braid를 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이 게임은 2D에서 살고 있는 한 아이의 모험 이야기이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많은 플랫포머의 주인공들은 2D세계에서 살고 있고 그들은 자기 세계 이상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심지어 상상조차 못 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4D세계 이상의 세계를 보지도 상상하지도 못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주인공 아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가 사는 세계가 2D가 아닌 3D라는 사실을 어떤 미지의 존재에 의해서 알게 되고 자기가 보지 못 하는 뒷면이 존재하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그 아이의 모험이 펼쳐진다.

게임관의 설정만 보자면 참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세계관을 가지고도 밋밋한 퍼즐과 형편없는 스토리를 불어넣었다면 이 게임은 그렇게 좋은 평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세계관에 걸 맞는 엄청난 게임성을 지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인공은 자기가 사는 세계가 3D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세계를 좌우로 90도씩 회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게임의 묘미가 시작된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주인공이 단순히 보는 세계에서는 갈 수 없는 곳을 90도씩 회전시키면 갈 수 있는 루트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게임 곳곳에 퍼즐이 숨겨져 있는데 그에 대한 힌트가 게임 군데군데 아무렇지 않게 널려있지만 우리는 주의깊게 보지 않는 이상 그게 힌트인지 조차 모르고 플레이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을 할수록 내가 예전에 봤던 무언가가가 퍼즐을 풀 수 있는 힌트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된다. 또한 게임 곳곳에는 필피쉬가 말한 것처럼 테트리스같은 게임의 오마쥬가 깔려있다. 당장 대부분의 퍼즐을 보면 테트리스 블럭이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주인공이 세상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마다 포현되는 리셋 장면이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윈도우 블루스크린과 리부팅에 대한 오마쥬일 것이다. 이런 부분을 찾는 것도 게임의 한 묘미가 된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다들 느끼는 것이 하나 있을 것이다. 게임이 참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점점 세계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 수록 막히는 부분이 늘어나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서 이 게임은 플랫포머의 모습을 띄고 있는 잘 만든 어드벤쳐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단순히 공략만 봐서는 이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대부분의 공략에는 퍼즐을 푸는 이유만 보여줄 뿐 실제 이 퍼즐을 왜 그렇게 풀어야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게임을 하면서 가능하면 답을 보지 않고 푸는 걸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도 가능하면 공략을 보지 않고 플레이하려고 했으나 모든 큐브조각을 얻기 위해서 풀어야하는 마지막 퍼즐의 난이도는 정말 살인적이다. 그 당시 외국 포럼을 뒤져서 해답을 찾아냈는데 포럼에서조차 그 퍼즐을 풀어놓고도 그 푸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명확히 하지 못 하고 있었다.(설명을 해놓긴 했는데 인간적으로 그 방법을 생각해낸다는 게 거의 기적에 가까운 수준이라 설마 필 피쉬가 그렇게까지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퍼즐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앞에 나왔던 마을들의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힌트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 게임은 참 훌륭하다. 어드벤쳐의 선은 재미와 더불어 그 퍼즐을 푸는 과정을 적당히 즐겁게 만들어줘야한다는 점인데 FEZ에서는 그 선이 비교적 잘 설정되어있는 것이다. 누가 절대 오르질 못할 것 같은 나무를 오르고 싶어하겠는가.

이 게임에서는 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2D같으면서도 3D로 이루어져있는 세계는 놀라우면서 아름답다. 필피쉬가 indie game : the movie 에서 말한 것마냥 처음 시작하는 오프닝에서는 그 말을의 산뜻한 공기내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도 소위 그래픽이 구리다고 하는 게임은 별로 플레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FEZ의 그래픽은 예쁘게 잘 뽑아내었고(그가 한 작업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한 뒤에는 꼭 indie game : the movie를 보아야한다.)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그가 괜히 수년간 고생해가면서 만든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FEZ를 간략하게 총평하자면 귀여운 그래픽으로 무장한 플랫포머 형식의 어드벤쳐 게임이다. 액션 난이도는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퍼즐 난이도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으면 중간중간 공략을 참조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겠지만 이게 일직선 게임이 아니다 보니 원하는 부분의 공략을 찾는 것조차 조금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드벤쳐와 인디 게임 그리고 플랫포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꼭 한 번 해봐야하는 게임인 것은 틀리없다.

총 별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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